특허청과 삼성전자가 축척된 기술과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최빈국과 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함께 나서기로 했다.
최빈국 지원을 위한 적정기술 개발과 보급에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원 특허청장과 한민호 삼성전자(주) 디지털시티센터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적정기술 보급 등 글로벌 해외 지원을 위한 지식재산 나눔사업을 공동 수행하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최첨단 기술이 아닌 최빈국과 개도국의 가난한 이들이 바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단순하지만 효용이 큰 기술을 말한다.
흙탕물이 많아 맑은 물을 구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한 빨대형식의 휴대용 정수기인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나 가난한 농부들을 위한 발로 동력을 만들어 내는 관개용 페달 펌프 등이 대표적이다.
적정기술의 주창자로 꼽히는 폴 폴락(Paul Polak) 박사는 “전 세계 연구자의 90%가 단지 10%의 부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고, 나머지 수십억명의 사람들은 2달러짜리 안경과 10달러짜리 태양전지 손전등, 100달러짜리 집 등을 바라고 있다.”며 적정기술 개발과 보급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허청은 2009년부터 특허청이 보유한 방대한 특허문헌을 활용한 적정기술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굿네이버스(Good Neighbors)와 협력해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 사탕수수껍질을 이용한 숯 제조기술, 건조망고 생산기술, 흙벽돌을 이용한 적정건축기술 등을 개발해 제공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해외 공헌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으며, 이번에 기술과 지식을 나누는 사회공헌을 위해 적정기술 개발과 보급 사업에 동참키로 했다.
이번 협력합의에 따라 앞으로 특허청은 약 1억 5000만건에 이르는 특허데이터로부터 적정기술 개발에 필요한 정보검색지원과 해당국가와의 정부간 협력을, 삼성전자는 2만 300여명에 이르는 사내 R&D 인력을 통한 기술 개발과 개도국 현지의 해외법인을 통해 발굴된 기술이 뿌리를 내리고 활용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수원 특허청장은 “우리가 가진 ‘기술’과 ‘지식’으로 후진국 국민을 돕는 지식재산 나눔사업은 ‘자립유도형 원조’이자, 동시에 공해를 발생하지 않는 그야말로 ‘청정원조’”라고 밝히며, “이번 협약체결로 우리의 지식재산 나눔정신이 전 세계로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권형 기자/@sksrjqnr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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