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충청권 유치를 공약한 과학벨트는 조만간 선정위원회가 결론을 낼 계획이지만,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밝히면서 정부의 원안 수정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던 세종시 사태의 복사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대선 예비주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지자체들이 과학벨트 유치경쟁에 나서 명분과 실리 사이의 계산이 복잡해 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불거졌을 때 강도 높은 톤으로 원안고수 의지를 피력한 만큼 이번에도 사태가 확대되면 입장을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친박계에선 “박 전 대표가 굳이 나서서 정치적 논란을 부추길 이유가 없는 만큼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과학벨트가 세종시 사태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으로 번지면 집권 4년째를 맞는 정부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입장은 더 복잡하다. 당이 그동안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를 강조했지만 광주 전남 전북이 유치경쟁에 뛰어들면서 당내 충청권과 비충청권 의원들 사이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호남 표심을 얻어 당권을 쥔데다 대선을 겨냥해서는 충청민심도 외면할 수 없는 만큼 그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표면상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도지사와 대선후보라는 두 갈래 길에서 충청민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심사는 복잡하다.
정치적 텃밭이 전북이고 호남 민심을 살펴야 하는 민주당의 정동영ㆍ정세균 최고위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종시나 과학벨트 문제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과학벨트의 정치권논의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성국 박사는 “과학벨트 입지 선정은 지역정치 차원에서 또 정략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문제인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국 정치는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며 “순리대로 가는게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