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든든학자금(취업후상환학자금ㆍICL)’을 신청한 대학생이 정부 예상치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대출 조건과 높은 금리 때문에 대학생들이 ‘든든학자금’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든든학자금’을 이용한 대학생은 1학기 11만4722명, 2학기 11만7168명으로 총 23만1890명에 그쳐 정부가 예상했던 70만명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지난해 2학기 일반상환학자금대출을 이용한 대학생은 든든학자금 이용자보다 배 가량 많은 24만7천388명에 달했다.
교과부는 ‘든든학자금’ 신청자격을 소득 7분위 이하 가정 학생으로 35세 이하, 직전학기 성적 평점 B학점(80/100점) 이상으로 제한했다. ‘든든학자금’과 일반상환학자금대출 둘 다 신청할 수 있는 학생 중에는 ‘든든학자금’ 선택 비율이 다소 높았다. 지난해 2학기 기준으로 두 제도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학생 11만2097명 중 약 53%가 든든학자금을 선택했다.
이 같은 원인으로 ‘신청자격 제한’이 지적된다. 장학금이 아니라 엄연한 대출 제도인데다 기존 대출과 금리차이도 없고, 오히려 학생에게 불리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든든학자금’의 이자율로 ▷지난해 1학기 5.7% ▷지난해 2학기 5.2% ▷올 1학기 4.9%를 적용했다. 기존 일반상환학자금대출의 이자율도 ‘든든학자금’과 같았다. 게다가 ‘든든학자금’을 이용한 학생은 재학 중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존 대출을 선택했을 때 받을 수 있던 정부의 이자지원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정부는 일반상환학자금대출을 이용한 학생이 소득 1~3분위 가정에 속하면 무이자로 대출해줬고, 소득 4~5분위 학생에게는 4%포인트, 소득 6~7분위 학생에게는 1.5%포인트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원해줬다. 정부의 주요 정책대출 금리가 무이자 또는 3%대인 것과 비교하면 약 5%인 ‘든든학자금’의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든든학자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9월 한달 간 전국 52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1621명을 대상으로 한 든든학자금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2.3%)이 든든학자금에 ‘약간 불만’ 또는 ‘매우 불만’이라고 답했다. 반면 ‘매우 만족’ 또는 ‘약간 만족’이라고 답한 학생은 응답자의 1.8%와 7.1%에 불과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부분 정책 대출과 달리 든든학자금은 한국장학재단이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한다”며 “재원조달 금리를 이자율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대출제도보다 이자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한국장학재단이 아닌 국가가 직접 채권을 발행하면 이자율을 지금보다 낮출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수진 기자 @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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