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퇴한 12일, 때마침 정부는 전력공급 ‘비상’을 선포했고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신년하례회장은 ‘암흑’으로 뒤덮혔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정부와 여당의 현재 갈등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으로 반추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정 후보자는 “재판없이 사형당한 것 같다”는 뼈있는 말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전관예우’, ‘고액연봉’ 논란으로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공식적으로 인사철회를 요구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항변은 힘을 쓰지 못했다.
정 후보자의 사퇴로 청와대와 여당은 불협화음이 커졌고 여당 내에서도 문제제기 방식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여당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을 두고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은 ‘화합’을 앞세우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정 후보자 사퇴 후 “당청 간에 언제 특별한 갈등이 있었나”라고 말하며 청와대 참모진의 인책론에 대해서는 “책임은 무슨 책임이냐”고 일축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당청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전 소동’이 일었던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여권의 잠룡(潛龍)들 사이에선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김문수 경기 지사는 “당에서 부적격 의견을 발표한 게 적절하다고 본다. 책임은 인사권자가 지겠지만 인사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몽준 전 대표는 “동양식 문제해결은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당이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지 않아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정전이 되자 “최근의 암울한 여권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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