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실상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해 감사원은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에 휩싸였다.
김황식 전 원장이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원장 자리를 넉 달 이상 비워두고 있는 감사원 내부에서는 업무 공백이 장기화함에 따라 정상적인 업무에까지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업무의 연속성과 시급성을 고려, 한시가 급한 올해 감사계획을 현 원장대행 체제에서 바로 가동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11일 감사원 직원은 정 후보자의 사퇴 여부, 또 사퇴 시 후임자 인선 시기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감사계획 및 승진인사 발표 등 당장 처리해야 할 주요 업무가 산적한 까닭이다.
일단 올해 감사계획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해 감사계획은 당초 연초에 신임 원장이 확정될 것을 고려, 최종 확정을 미뤄둔 상태”라며 “신임 원장 인선이 늦어질 경우 원장 직무대행이 최종 결정, 발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내정자가 자진사퇴할 경우 후임 인선까지 앞으로도 한 달가량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 당장 시급한 올해 업무계획을 전 원장인 김황식 국무총리를 대신해 위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하복동 감사위원이 최종 사인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승진 및 보직 인사는 잠시 접어두는 모양새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기준 30~40명의 서기관 및 실ㆍ국장급 승진 인사와 20여명의 보직인사 수요가 있지만, 인사권자인 감사원장의 부재에 따라 최종 낙점을 미뤄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계획과 달리 인사의 경우 특성상 후임자 선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당분간 인사 발표 계획이 없음을 알렸다.
한편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지면서 감사원 직원도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100일이 넘는 원장 공백에 연말 승진 인사까지 미뤄왔는데,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한 달 이상 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실망의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내정자 사퇴 등과 관련, 내부에서도 서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며 “일단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감사원의 일상적인 업무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정호 기자 @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