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건설사 대표간의 건설 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청와대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무차별 로비를 퍼부었던 유모(64)씨의 로비 대상과 규모, 수법이 드러나면서 건설 현장 식당 로비 의혹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배모 감찰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배씨는 지난 9일 아파트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유씨의 주장이 알려지며 건설 현장 식당 로비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배씨는 유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청와대 직원이 이런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 하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졌다.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할 과제가 남았지만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유씨의 로비 대상 면면에 건설 현장 식당 비리 의혹은 이미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한 인물들은 이미 경찰, 국회의원, 공기업에 근무하는 공직자 등 30여명에 육박한다. 경찰에만 전직 경찰의 양대 수뇌부인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서부터 현직 치안감을 포함한 전 현직 경찰 고위간부 7~8명이 언급되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국토해양위에 있었던 의원 4~5명이 로비 대상으로 꼽히고 있고, 최영 강원랜드 사장과 장수만 방위사업청장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사장과 장 청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측도 “후원금 내역을 모두 확인해봤지만 유씨로부터 전해진 돈은 한 푼도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씨가 작심하고 입을 열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 대상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비 대상뿐만 아니라 방식과 규모에서도 유씨의 ‘통 큰 로비’는 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건설 업자들에 따르면 유씨는 로비를 통해 얻은 이권의 절반을 다시 로비에 쓸 정도로 대담한 로비를 벌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씨가 20여년간 900여건의 사업권을 따내 1000억원을 벌었고 500억원을 다시 로비자금으로 뿌렸고 전했다. 1인당 1억원씩만 받아도 500명이 받은 셈인데, 정관계가 떠는 이유다. 전남이 고향인 유씨는 지역 특산물인 홍어를 선물하기도 하고 현금 뭉치를 양주 박스에 담아 전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관리 대상인 유력 인사 130명의 신상파일을 만들어 고향, 출신 학교, 친한 인사 등을 저장해놓고 수시로 업데이트 할 정도로 인맥 확보에 공을 들였다.
평소 “내 돈 안 받은 관료 없다”며 인맥을 과시했던 유씨는 거절하는 인사에게도 강제로 돈을 안기는 막무가내형 로비까지 펼쳤다. 호의에 의한 기부인 것처럼 돈을 전달해놓고 이후 강압적으로 청탁을 전달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경남 통영시 문화단체에 1억을 기부해 중견 기업인의 선행인 것처럼 언론 보도까지 나왔으나 이후 통영시장에게 청탁을 시도하면서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담대한 유씨의 로비 행각과 ‘광폭 인맥’을 두고 조직적 비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강 전 청장이 지난해 8월 4000만원을 건네며 유씨에게 해외 도피를 권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유씨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