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안그래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은 가운데 가축전염병 확산과 고물가로 설 민심이 흉흉하다. 특히 집권 여당 의원들은 가족들이 모이는 설날 차례상에 현 정권의 실정이 무차별적으로 오르내릴까 두렵다. 차기 총선이 염려된다는 얘기다.
TK(대구ㆍ경북)의 한 여당 의원은 상경을 꿈도 꾸지 못한다. 구제역이 장기화하면서 가축이동이 제한된 탓에 축산농가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당 의원은 지역에 상주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그는 설 명절을 맞아 이뤄지는 민족의 대이동 전에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고물가도 정치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열린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정부에 물가안정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은 “물가를 확실히 잡아라” “설 물가 못 잡으면 민심과 직결된다” “여론이 요동치지 않도록 해 달라” 등 주문을 쏟아냈다. 특히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전통시장에서 물가를 체험할 수 있으니 실무자들은 시장에 가 보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을 보여주는 게 선거라고 한다. 흉흉해진 민심이 민족 최대의 명절 설까지 이어질 경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실정은 여권으로선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정치인들은 설을 지역구에서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리는 계기로 삼지만 살인적 물가와 살처분되는 가축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야당도 다급하긴 마찬가지. 그래도 그나마 여권의 실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문제”라며 “그러나 정부는 통제를 통한 물가단속 등 대증요법에만 치우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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