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점검 - 국회 선진화
매년 물리적 충돌 되풀이“국민인내 이미한계” 공감
여야 온건의원 전격 회동
직권상정제한 등 개정 추진
지난 연말, 예산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자화상은 그야말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야의 폭력대결은 대화와 절충이라는 의회주의의 본령을 실종한 지 오래고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까지 전락한 형국이다.
정치권은 앞다투어 국가선진화를 외쳤지만, 정작 정치선진화를 위한 실천 이행은 그동안 요원한 상태여서 국회가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18대 국회 들어 3년 연속 국회의 극한 상황을 목도해야 했던 국민들로서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듯하다. 비판여론도 거의 비등점에 도달했다. 이 때문일까. 여야 의원들은 올해 몸싸움, 폭력 방지 등 국회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여야 온건파 의원들은 7일 조찬회동을 갖고 국회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과 관련해 ▷직권상정제한(홍정욱 의원 법안 포함) ▷필리버스터 도입(박상천 의원 법안 포함) ▷본회의 자동상정 ▷예결위 상임위화 및 예산기간 조정 등 네 가지 분야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당이 예산안 처리에 대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추진보다는 장기 호흡으로 충분한 검토기간을 거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폭력 방지 등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만남을 갖기에 앞서 한나라당 남경필(가운데) 의원과 민주당 김부겸(왼쪽), 김성곤 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양동출 기자/dcyang@heraldcorp.com |
김성곤 민주당 의원도 “오늘 이 모임이 작은 씨앗이 돼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국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의원의 의식개혁도 필요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도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은 ‘출마 포기’라는 승부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한나라당 내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23명의 의원은 지난 연말 향후 예산ㆍ법안 처리 과정에서 물리력 의사진행 동참 시 오는 19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또 소속 의원들 중심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 다음주 중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도 선진화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다. 안상수 대표는 “무엇보다 국회 폭력근절을 위해 계류 중인 국회 선진화 관련 법률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올해는 국회폭력을 종식하고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진정한 국민대의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회 선진화 원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회개혁을 말로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법과 제도화를 통해 강제하고 이에 대한 감시장치를 마련해야만 그나마 한발 전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