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전원이 민방위복 차림으로 임한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심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구제역 발생 및 방역추진 현황에 대해 보고받았다. 또 백신 확보 상황과 접종 방안,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효율적인 협조 방안 등에 대해서도 보고됐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한 것은 해외여행객이 매년 급증하는 상황에서 단순 방역으로는 구제역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이 빈번한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 역시 구제역이 ‘연중행사’가 되는 것을 막기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현재 확산중인 구제역으로 축산농가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전 부처가 지자체와의 협조 하에 가용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구제역관계장관회의. 주무장관인 유정복 농수산식품부장관이 구제역발생지역현황을 도표로 보고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지난해 11월말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사태는 한달을 넘기면서 전라도와 경상남도, 충청남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6개 시도 37개 군으로 확산될 정도로 악화됐다. 특히 소에 이어 돼지로 감염대상이 급속히 퍼지면서 정부의 뒤늦은 대책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구제역 외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다시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작년 말 전 부처 새해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구제역 확산과 관련해 “새로운 지역으로 번지면 군에서도 협력을 해줘야 한다”며 대책을 주문한데 이어, 이날 구제역 대책회의를 직접 진두지휘한 것은 연초부터 물가급등으로 바닥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구제역 문제가 자칫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연말 예산안 파행 이후 냉각 정국을 이어왔던 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따른 대응책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 논의에 뒤늦게나마 착수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구제역방역 및 피해보상 대책을 담은 가축법 처리에 대한 상임위ㆍ본회의 일정을 협의했다.
여야는 우선 오는 7일 농림수삭식품위에서 가축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고 순차적으로 농림위 법안심사소위, 법사위를 거쳐 내주 정도에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당 자체적으로 국회에 제출한 가축법 개정안을 채택, 처리해야 하고 구제역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어 한나라당과의 막판 조율이 필요한 상태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6일 한 라디오에 출연, “오늘 양당 수석부대표들이 만나 가축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등의 일정을 정하는만큼 국회 정상화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고 본다”며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것 중에서 수용할 것은 다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안현태ㆍ서경원 기자 @godma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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