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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개헌이라는 이름의 방정식
정치권 개헌거론 이유는

현재 대선구도 견제 의도

보수 대연합 구상 현실화

논의자체 폭발력 무시못해



새해가 밝자마자 정치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당이 개헌을 다시 들먹이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새해 인사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방문했을 때, 둘은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은 개헌 합의 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한발 뺐지만, 어쨌든 새해 벽두의 화두로 개헌을 선택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참 궁금한 것이 왜 개헌 얘기를 꺼냈을까 하는 부분이다. 

우선 개헌을 하려면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인데, 국민들은 개헌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일부 조사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70% 가까이 나왔다는 점을 들어 개헌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주장은 허구에 근거함을 알 수 있다.

신년 들어 지상파 방송과 일간지 각각 두 곳이 개헌 관련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중 지상파 한 곳을 제외하고 개헌에 대한 국민 지지는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즉, 개헌을 지지하는 여론이 60%를 넘는 곳이 두 군데 있었지만, 이런 여론조사의 경우 다음 질문으로 개헌의 시기를 물었고, 이번 정권이 아닌 차기 정권으로 개헌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개헌을 찬성하는 비율 중 절반을 넘었다. 여기서 개헌을 반대하는 비율과 차기 정권에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비율을 합하면, 지금 당장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0%에서 40% 정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수치를 가지고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욱이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도 필수적인데, 지난번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민주당의 협조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을 텐데, 왜 개헌 얘기를 다시 꺼냈을까? 지금 상황에서 그 이유를 추론하면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개헌이라는 카드는 현재의 대선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선호하고 있지만, 안상수 대표와 이회창 대표는 개헌의 방향이 대통령 권력의 분산 쪽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박 전 대표 측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방향의 개헌을 주장한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즉, 권력분산이 시대적 대세인데, 이를 반대하는 쪽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개헌을 매개체로 보수 대연합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 이후 국민들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지는 시점을 택해, 개헌을 매개체로 보수 대연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야권 연대보다 먼저 보수 대연합을 추진함으로써 대권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전략적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렇듯 개헌을 논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국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의 지각변동은 물론 대선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개헌이라는 이름의 방정식은, 반드시 그 성사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사 여부보다는 논의 자체가 가지는 폭발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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