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거세지는 외풍…러시아·일본 ‘新생존전략’ 은
다 감싸려는 러中 무역거래 양국통화 결제
원유 등 에너지 협력 급진전
BRICs 다자외교 틀 공고
더 강해지는 日
후텐마 갈등 美日동맹 균열
對中겨냥 군사력 강화 예고
FTA 만회 TPP 등 잰걸음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 구도가 굳어지면서 일본과 러시아는 생존전략 마련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양국 모두 ‘경제위기 극복’을 새해 역점과제로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은 지난해 자국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공조를, 러시아는 미ㆍ중 모두와 실리적 차원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할 전망이다.
▶일본, 정국 불안정 속 대외정책 보수 회귀=2011년 일본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의 최대 과제는 경기대책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새해 일본의 실질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할 정도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 문제는 심각하다. 그 사이 중국은 욱일승천해 새해부터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앞지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왼쪽>, 간 나오토 총리 |
이 같은 일본의 외교력 약화는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국과의 동맹균열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간 내각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에서 손상된 미국과의 동맹관계 복원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과는 과거사, 영토분쟁, 중국의 군사력 증강,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등과 같은 정치ㆍ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긴장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은 중국을 겨냥해 군사력 재무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2월 6년 만에 개정된 방위대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응한 남서 방면의 방위력 강화다. 동시에 자위력을 키워 미국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무기수출 3원칙’을 재검토, 무기의 해외 공동개발ㆍ생산 완화를 위한 논의도 탄력을 얻을 전망이다.
경제적으로 간 내각은 자녀수당 등 복지 우선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법인세 인하 등 경제회복 정책도 함께 구사할 방침이다. 또한 한국 등에 뒤진 자유무역협정(FTA)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중심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양국의 협력은 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져 지난해 12월부터 무역거래에서 양국통화로 결제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석유ㆍ가스 자원을 러시아가 공급하는 에너지 협력도 급진전되고 있다. 러ㆍ중 접경 도시인 시베리아 스코보로디노에서 중국 다칭을 연결하는 송유관이 완공돼 새해부터 연간 1500만t의 러시아산 원유가 중국으로 공급된다.
군사ㆍ외교 분야 협력도 활발하다. 수시로 양국 정상회담을 지속하면서 매년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문제와 아프간, 이란 핵 문제 등 국제 현안에서도 양국은 끈끈한 공조를 과시하는 한편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의 다자외교 틀을 통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경제 현대화를 우선 추진해 온 메드베데프 정부는 기존 역점 정책인 ‘5대 핵심 산업(우주ㆍ항공, 원자력, IT, 의약, 에너지 효율성 등)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첨단 산업단지 건설 및 시베리아ㆍ극동 지역 개발 계획도 밀어붙이고 있다. G2 시대에 ‘2류 국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러시아의 힘겨운 노력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올 12월 치러질 국가두마(하원) 선거와 후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선거정국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당인 ‘통합 러시아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점쳐지는 가운데 메드베데프와 푸틴 총리 간의 힘 겨루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둘 중 누가 출마하든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